2015년 3월 20일 금요일

투자자나 심사위원을 사로잡는 스타트업 피칭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피칭(Pitching)이라고 한다. 이를 스피치(Speech) 대신 피칭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듯이(Pitching) 상대방에게 내가 얘기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시키기 위한 발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칭을 하는 상황과 대상은 다양하다. 글로벌K 스타트업이나 정주영창업경진대회 같은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는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엑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 투자 심사(IR)에서는 멘터나 심사역을 대상으로 피칭을 한다.



사업 계획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1. 시간 안에 마무리하기

5분의 피칭시간이 주어져있는데,  시장 동향과 경쟁 제품 얘기하다가 정작 본인 아이템을 얘기할 시간을 놓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5분안에 모든 것을 얘기 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다. 문제는 연습을 하지 않아서이다. 사전에 동료들을 대상으로 피칭을 해 보라. 소요 시간을 체크하고,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아라. 그것만으로 절반은 성공이다. 내용이 많아 도저히 줄이기 힘든가? 과감히 내용을 줄이고, 빼라. 스토리 텔링에 기반해 꼭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로 담아라. 한 장의 장표에는 한 두개의 메시지만 담아라. 그러면 3분도 가능하고, 1분도 가능하다. IR이든, 경진대회든 사전에 주어진 피칭시간을 문의해서 확인하고,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라. 연습과 노력만이 답이다.

2. 질의 응답 하기

피칭이 끝나면 보통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진다. 주어진 발표시간을 잘 지켰다면, 충분한 질의 응답을 통해 상대방이 사업계획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된다. 이것이 피칭 시간을 지켜야하는 다른 이유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고,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답하는 것이 좋다. 질의응답 또한 사전에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예상 질문을 만들고 연습하라.

3. 발표 환경에 대비하기

피칭할 때, 내 노트북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다면 PPT 파일만으로는 불안하다. 밤새 작업해서 예쁘게 만든 자료인데 폰트가 깨지고 심하면 레이아웃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환경 의존성이 덜한 PDF파일도 함께 준비하도록 하자. 노트북을 직접 가져가서 발표할 때는 현장의 프로젝터나 TV에 연결할 어댑터가 있는지, 어떤 방식(RGB or HDMI)인지 등을 미리 문의해서 확인하고 필요하면 챙겨가자.  이 또한 전체 미팅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하다.

4. 발표 과정

제발 스크린을 향해 페이저(보통 레이저 포인터에 달린 페이지 전환 버튼) 버튼을 누르는 우를 범하지 말자.  수신기가 노트북에 달려 있으니, 당연히 버튼 동작이 잘 안 된다.  자연스러운 시선 이동과 청중과의 아이컨텍, 그리고 적절한 제스추어와 톤이 곁들여 진다면 더 효과적인 전달이 가능하다.

5. 내용에 대한 조언 

세상에 없는 최초의 서비스라고... 그래서, 경쟁 서비스 조사는 하지 않았단다.  정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극히 드물다. 내가 생각했다면 세상의 수백, 수천명의 사람이 한번 쯤은 생각한 아이디어 일 수 있다.  이미 비슷한 경쟁 서비스가 수십 개 일 수 있다.  이들 중 주요 서비스를 소개하고 자사 서비스의 차별성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덧붙여 멤버를 소개하는 장표는 꼭 준비하자. 어렵게 모은 팀 멤버들의 훌륭한 경험과 역량을 얘기하라. 왜 이 팀이 다른 경쟁팀보다 더 잘 할 수 있을지 이해해야 심사위원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피칭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귀'가 아닌 '가슴'을 향해 마음을 열고 얘기하면 상대방도 사업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을 공감해 줄 것이다.


2015년 3월 6일 금요일

아마존에서 책 출판하기 : 놀이적 접근

지난 긴긴 설날 연휴를 보내면서 미뤄두었던 둘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책 만들기"

어릴적부터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어느 때 부턴가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처럼 자기가 쓴 글을 "제본" 해달란다. 그때만 하더라도 "개인출판"이 대중화 되어 있지 않던 시기라 나로서도 쉽게 들어줄 수 없는 얘기였다.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프링철은 기대에 못 미치고, 고작 몇 권 때문에 출판사나 제본소에 찾아갈 수 도 없는 노릇이고,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만들어 앨범 서비스로 주문해 만들어볼까 했는데 편집 작업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암튼 아빠의 귀찮음과 무관심을 일찍이 간파한 딸래미는 프린터용 A4 용지를 여러 장 포개고 반으로 접어 가운데를 스테이플러로 찍는 형태의 제본에 만족해야 했다. 대략 이런 모습이다.


그렇게 5년정도가 지났고, 아빠는 숙제를 완수했다.
며칠전 아마존에서 예쁘게 제본된 책이 도착했다.  화사한 내지에 글자와 삽화 상태도 선명하고, 표지도 원본의 색감 그대로 살아있고, 제본상태도 꼼꼼하다. 뒷 표지의 고유한 ISBN 바코드가 정식으로 출판된 "도서"임을 말해주고 있다. 기대 이상이었다.



숙제의 시작은 인터넷 리서치에서 시작되었다.
개인출판하려면 개인출판사 등록과 ISBN 등록을 해야한다고 한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이 장벽들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구청이나 세무소에 가지 않고 모든 과정을 마무리했다. 위의 글만으로 개념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고마운 글이다.  국내에서도 몇 군데 "개인출판"과 "전자출판"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교보문고에서 시도를 하다가 ActiveX 등을 설치하라고 해서 바로 포기했다. 그리고 눈을 돌린 곳은 아마존(Amazon)이었다. 아마존의 KDP(Kindle Direct Publishing)에서 30분 정도 투자하니 킨들(Kindle) 버전의 전자책을 만들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인쇄판 도서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의 자회사 CreateSpace(이하 CS)로 발걸음을 옮겼다.

CS도 아마존처럼 직관적이고 간단한 표준웹기술을 지원하기 때문에 어떤 컴퓨터 환경에서나  대부분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몇 가지 생소하고 까다로웠던 점들을 메모한다.

고용주 식별번호(Employer ID Numbers, 이하 EIN)

CS에서 출판을 하게되면 아마존 등 도서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당연하게도 판매금액에 대한 일정 금액을 작가에게 인세로 지급하게 된다. 인세라는 수입에 대해 미국 연방국세청에 세금을 내야하는데 그를 위해 EIN이 필요하다. CS에 회원가입하면 EIN발급을 위해 정보를 입력하라고 안내해준다.  안내에 맞춰 정보를 몇 가지 입력하면 된다. 뭔가 아리송한 질문들이 몇 개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


책 만들기 

이제 "Add New Title" 메뉴항목을 클릭해 책의 내용을 입력할 순서다.  제목, 부제목, 저자 등의 메타데이터를 입력하고, 책의 내용은 PDF로 저장한 파일을 업로드 한다. ISBN은 CS에 자동으로 할당해주는 옵션이 있어 클릭 한번 만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내지 컬러 타입(흑백 or 컬러), 표지 디자인, 표지 양식, 책 소개글, 책 카테고리, 배포할 채널을 선택하고 책의 가격을 정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다. 표지 디자인의 경우 아마존처럼 전용 에디터가 있어 미리 디자인된 템플릿 중에 고른다면 이 과정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표지, 직접 디자인 하다

우리 작가님께서는 직접 표지를 만드시겠단다. 귀찮기도 하고...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도 템플릿 중에 하나를 고르자는 퍼블리셔(=아빠)와 작가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내 내가 포기했다.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만들기 위한 "놀이"를 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잠시 망각한 것이다. 우리가 유일한 소비자가 될 것이니 아이가 디자인한, 세상에 하나 뿐인 표지를 만들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다시 놀이는 재개되었다.
앞 표지에는 책 내용을 반영한 그림을 넣고, 뒷 표지에는 등장인물의 소개를 넣기로 했다. 그림은 작가님이 그리고, 퍼블리셔가 편집을 거들었다.


대략 이런 형태의 그림을 300dpi로 PDF로 저장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원본 소스의 크기를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언컨데 "출판 놀이"과정에서 가장 어렵다. CS의 출판 가이드 중에 표지(Cover) 부분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제단의 오차로 인해 여백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짜투리 영역(Bleed)과 책의 두께(Spine Width), 인쇄영역(Trim)을 계산해야한다. 여기에 내지의 종류, 컬러 여부가 영향을 준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숨이 막힐 것 같다.
  • For black and white-interior books:
    • White paper: multiply page count by 0.002252” 
    • Cream paper: multiply page count by 0.0025” 
  • For color-interior books: 
    • Multiply page count by 0.002347”
  • Cover Width = Bleed + Back Cover Width + Spine Width + Front Cover Width + Bleed •
  • Cover Height = Bleed + Trim Height + Bleed
다행히, 이런 복잡한 계산을 해서 가이드 템플릿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https://www.createspace.com/Help/Book/Artwork.do 여기서 내지 종류(Bleed가 있는 양식 추천)와 트림 사이즈(나는 6 x 9 선택), 그리고 아까 책 등록하는 과정에서 CS가 안내해주는 책 내지 페이지 수, 내지 종류를 선택한 후, "Build Temple"을 누른다. 그리고, PDF와 PNG형태의 가이드 템플릿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이 가이드 템플릿의 왼쪽이 뒷표지이고, 오른쪽이 앞 표지이다. 하얀색 부분에 중요한 텍스트가 들어가도록 하고, 뒷표지의 바코드 부분은 피해서 편집한다. Layer 기능이 있는 그림 편집기를 사용하면 쉽게 맞출 수 있다. PDF로 변환해 업로드하면 이제 CS측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검토결과를 받기까지 3~4일 정도 소요되는데 문제가 없으면 최종본을 작가가 확인(Proof of Your book)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확인을 해주면 아마존을 포함한 다른 판매 채널로 배포가 시작된다. 동시에 CS에서 바로 책 주문이 가능하다.

책, 구매하기

보통 출판사를 통해 출판을 하게 되면 작가에게 무료로 몇 권을 나눠주지만, CS에서는 작가에게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 가격을 최저가격인 $9.83 으로 설정했는데 작가에게는 한 권에 $3.93에 제공된다.  10권을 가장 빠른 UPS로 배달시켰더니 배송비 $59.99를 포함해 $99.29가 들었다.

출판 놀이를 마무리하며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오면 배송비가 매우 저렴해질 테니 더 기대된다.  CS에서 직접 디자인한 표지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다. 더 단순화하고 직관적이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 점은 아쉽다. 사진 앨범 만들 듯이 표지와 내지(글과 그림)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뚱땅뚱당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런 서비스를 누가 만든다고 하면 네오플라이에서 투자 검토하고 싶다^^.  또, 국내는 서점마다 다른 형식의 파일을 취급해서 파일을 변환하고 재편집하고 업로드하는 일이 매우 번거롭단다. 이런 점도 개선되어야할 포인트이다.


삽화를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릴 수 있도록 몇 달전에 생일선물로 그래픽 태블렛(Wacom Intuos Pen & Touch)를 선물했는데 잘 한 것 같다. 삽화들이 맛깔스럽게 책의 내용을 살려주고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처럼 제본된 책을 받고 아이가 만족하는 표정을 보는 것 만으로 뿌듯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이름을 외워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내용에 공감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