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100년 가는 삼성페이의 MST기술 - 결제수단 이야기 #2

간편 결제의 본질은 사용자가 "지금 당장"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어야한다는 "가용성과 적용범위(Coverage)"에 있다고 "애플페이 사용기와 결제수단 이야기" 에 언급한 적있다. 이것만 만족해도 추천, 분석 정보 등의 추가적인 사용자 가치 없이도 사용자들이 호응한다는 것을 최근 삼성페이의 성과가 보여주고 있다.  많이들 절대 바뀌지 않을꺼라 생각했던 카드 긁기(Swiping)의 사용자 습관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동시에 현대카드와 밴사와의 전자전표를 둘러싼 갈등은 결제 산업의 혁신(Disrupt)을 예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일 쏟아지는 삼성페이와 핀테크 기사들을 보면서 보충하는 글이 필요하다고 느껴 Q&A 형식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Q1. 삼성페이의 MST기술, 곧 사라질 기술 아닌가?

아니다. 일반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기술(MS기술)과 MST기술은 다르다. 모두 자기장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MST기술은 "마그네틱보안전송" 그 이름이 의미하듯이 기존 MS기술이 가진 보안 취약점을 개선한 기술이다. 삼성페이의 경우, 가상번호(One Time Tokenization)와 지문인식 등을 통해 보안 수준을 강화했다. 지난 5월 여신금융협회가 고시한 "신용카드 단말기 보안강화 방안(http://goo.gl/lE50dE)" 을 보면
"...사용 시간과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는 경우에는 동 정보가 외부 유출되더라도 손실을 발생시키기 어려운 바 민감한 신용카드 정보로 분류되지 않음 . 예) “삼성페이”와 같은 안전카드번호(가상카드번호 및 토큰방식 등)..."
그렇다. 삼성페이의 MST기술은 법률상 보안 기준을 만족한다고 친절하게도 "콕 집어" 허용한 것이다.

삼성페이는 MST기술 외에도 NFC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삼성페이의 훌륭한 점은 MST기술을 사용한 점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결제 수단의 본질을 만족하는 MST기술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애플이나 구글 등 경쟁 회사도 결제 기술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해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Q2. 여신금융협회의 고시가 법률은 아니지 않은가?

여신전문금융업법(http://goo.gl/VZ92rF) 을 보면 많은 부분을 여신금융협회에게 위임하고 있다. 보안 기술 수준도 마찬가지다.

Q3. 마그네틱 기술(이하 MS기술), 3년 후면 못 쓰거나 불법이 되는 기술 아닌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위의 "신용카드 단말기 보안강화 방안"에는 IC카드 거래를 우선하되 IC카드가 가능하지 않은 경우, MS 거래를 사용해도 좋다고 명시되어 있다.
     "IC칩 훼손 등 IC카드 거래가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만 MS 거래 허용"
IC카드 전환사업이란, 기존 POS단말기의 MS 거래 기능을 제거하고 IC 카드 거래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MS거래 기능은 그대로 두고 IC 카드 거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많지는 않겠지만, IC칩이 없는 MS카드를 가진 외국인과의 거래를 생각하면 어쩌면 자연스럽다. 역으로, 외국 여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MS 거래만 가능한 일부 외국 가맹점을 생각해서라도 MS기능이 없는 순수 IC카드를 사용자가 발급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Q4. 그럼, 언제까지 MS기술이 사용될 것인가?

사용자 관점에서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예상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수년 내에 사라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MS기술은 사라져도 MS 2.0이라 할 수 있는 MST는 훨씬 더 오래 사용될 것 같다. 100년 정도는...

 MST기술을 사용한 전자지갑(엑스엔지니어링)





2015년 3월 20일 금요일

투자자나 심사위원을 사로잡는 스타트업 피칭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피칭(Pitching)이라고 한다. 이를 스피치(Speech) 대신 피칭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야구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듯이(Pitching) 상대방에게 내가 얘기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시키기 위한 발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칭을 하는 상황과 대상은 다양하다. 글로벌K 스타트업이나 정주영창업경진대회 같은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는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엑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 투자 심사(IR)에서는 멘터나 심사역을 대상으로 피칭을 한다.



사업 계획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1. 시간 안에 마무리하기

5분의 피칭시간이 주어져있는데,  시장 동향과 경쟁 제품 얘기하다가 정작 본인 아이템을 얘기할 시간을 놓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5분안에 모든 것을 얘기 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다. 문제는 연습을 하지 않아서이다. 사전에 동료들을 대상으로 피칭을 해 보라. 소요 시간을 체크하고,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아라. 그것만으로 절반은 성공이다. 내용이 많아 도저히 줄이기 힘든가? 과감히 내용을 줄이고, 빼라. 스토리 텔링에 기반해 꼭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로 담아라. 한 장의 장표에는 한 두개의 메시지만 담아라. 그러면 3분도 가능하고, 1분도 가능하다. IR이든, 경진대회든 사전에 주어진 피칭시간을 문의해서 확인하고, 충분히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라. 연습과 노력만이 답이다.

2. 질의 응답 하기

피칭이 끝나면 보통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진다. 주어진 발표시간을 잘 지켰다면, 충분한 질의 응답을 통해 상대방이 사업계획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된다. 이것이 피칭 시간을 지켜야하는 다른 이유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고,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답하는 것이 좋다. 질의응답 또한 사전에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예상 질문을 만들고 연습하라.

3. 발표 환경에 대비하기

피칭할 때, 내 노트북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다면 PPT 파일만으로는 불안하다. 밤새 작업해서 예쁘게 만든 자료인데 폰트가 깨지고 심하면 레이아웃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환경 의존성이 덜한 PDF파일도 함께 준비하도록 하자. 노트북을 직접 가져가서 발표할 때는 현장의 프로젝터나 TV에 연결할 어댑터가 있는지, 어떤 방식(RGB or HDMI)인지 등을 미리 문의해서 확인하고 필요하면 챙겨가자.  이 또한 전체 미팅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하다.

4. 발표 과정

제발 스크린을 향해 페이저(보통 레이저 포인터에 달린 페이지 전환 버튼) 버튼을 누르는 우를 범하지 말자.  수신기가 노트북에 달려 있으니, 당연히 버튼 동작이 잘 안 된다.  자연스러운 시선 이동과 청중과의 아이컨텍, 그리고 적절한 제스추어와 톤이 곁들여 진다면 더 효과적인 전달이 가능하다.

5. 내용에 대한 조언 

세상에 없는 최초의 서비스라고... 그래서, 경쟁 서비스 조사는 하지 않았단다.  정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극히 드물다. 내가 생각했다면 세상의 수백, 수천명의 사람이 한번 쯤은 생각한 아이디어 일 수 있다.  이미 비슷한 경쟁 서비스가 수십 개 일 수 있다.  이들 중 주요 서비스를 소개하고 자사 서비스의 차별성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상대방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덧붙여 멤버를 소개하는 장표는 꼭 준비하자. 어렵게 모은 팀 멤버들의 훌륭한 경험과 역량을 얘기하라. 왜 이 팀이 다른 경쟁팀보다 더 잘 할 수 있을지 이해해야 심사위원이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피칭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귀'가 아닌 '가슴'을 향해 마음을 열고 얘기하면 상대방도 사업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을 공감해 줄 것이다.


2015년 3월 6일 금요일

아마존에서 책 출판하기 : 놀이적 접근

지난 긴긴 설날 연휴를 보내면서 미뤄두었던 둘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책 만들기"

어릴적부터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어느 때 부턴가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책처럼 자기가 쓴 글을 "제본" 해달란다. 그때만 하더라도 "개인출판"이 대중화 되어 있지 않던 시기라 나로서도 쉽게 들어줄 수 없는 얘기였다.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프링철은 기대에 못 미치고, 고작 몇 권 때문에 출판사나 제본소에 찾아갈 수 도 없는 노릇이고,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만들어 앨범 서비스로 주문해 만들어볼까 했는데 편집 작업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암튼 아빠의 귀찮음과 무관심을 일찍이 간파한 딸래미는 프린터용 A4 용지를 여러 장 포개고 반으로 접어 가운데를 스테이플러로 찍는 형태의 제본에 만족해야 했다. 대략 이런 모습이다.


그렇게 5년정도가 지났고, 아빠는 숙제를 완수했다.
며칠전 아마존에서 예쁘게 제본된 책이 도착했다.  화사한 내지에 글자와 삽화 상태도 선명하고, 표지도 원본의 색감 그대로 살아있고, 제본상태도 꼼꼼하다. 뒷 표지의 고유한 ISBN 바코드가 정식으로 출판된 "도서"임을 말해주고 있다. 기대 이상이었다.



숙제의 시작은 인터넷 리서치에서 시작되었다.
개인출판하려면 개인출판사 등록과 ISBN 등록을 해야한다고 한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이 장벽들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구청이나 세무소에 가지 않고 모든 과정을 마무리했다. 위의 글만으로 개념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고마운 글이다.  국내에서도 몇 군데 "개인출판"과 "전자출판"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교보문고에서 시도를 하다가 ActiveX 등을 설치하라고 해서 바로 포기했다. 그리고 눈을 돌린 곳은 아마존(Amazon)이었다. 아마존의 KDP(Kindle Direct Publishing)에서 30분 정도 투자하니 킨들(Kindle) 버전의 전자책을 만들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인쇄판 도서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의 자회사 CreateSpace(이하 CS)로 발걸음을 옮겼다.

CS도 아마존처럼 직관적이고 간단한 표준웹기술을 지원하기 때문에 어떤 컴퓨터 환경에서나  대부분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몇 가지 생소하고 까다로웠던 점들을 메모한다.

고용주 식별번호(Employer ID Numbers, 이하 EIN)

CS에서 출판을 하게되면 아마존 등 도서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당연하게도 판매금액에 대한 일정 금액을 작가에게 인세로 지급하게 된다. 인세라는 수입에 대해 미국 연방국세청에 세금을 내야하는데 그를 위해 EIN이 필요하다. CS에 회원가입하면 EIN발급을 위해 정보를 입력하라고 안내해준다.  안내에 맞춰 정보를 몇 가지 입력하면 된다. 뭔가 아리송한 질문들이 몇 개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


책 만들기 

이제 "Add New Title" 메뉴항목을 클릭해 책의 내용을 입력할 순서다.  제목, 부제목, 저자 등의 메타데이터를 입력하고, 책의 내용은 PDF로 저장한 파일을 업로드 한다. ISBN은 CS에 자동으로 할당해주는 옵션이 있어 클릭 한번 만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내지 컬러 타입(흑백 or 컬러), 표지 디자인, 표지 양식, 책 소개글, 책 카테고리, 배포할 채널을 선택하고 책의 가격을 정하는 것으로 일단락 된다. 표지 디자인의 경우 아마존처럼 전용 에디터가 있어 미리 디자인된 템플릿 중에 고른다면 이 과정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표지, 직접 디자인 하다

우리 작가님께서는 직접 표지를 만드시겠단다. 귀찮기도 하고... 시선을 끌기 위해서라도 템플릿 중에 하나를 고르자는 퍼블리셔(=아빠)와 작가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내 내가 포기했다.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만들기 위한 "놀이"를 하고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잠시 망각한 것이다. 우리가 유일한 소비자가 될 것이니 아이가 디자인한, 세상에 하나 뿐인 표지를 만들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다시 놀이는 재개되었다.
앞 표지에는 책 내용을 반영한 그림을 넣고, 뒷 표지에는 등장인물의 소개를 넣기로 했다. 그림은 작가님이 그리고, 퍼블리셔가 편집을 거들었다.


대략 이런 형태의 그림을 300dpi로 PDF로 저장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원본 소스의 크기를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언컨데 "출판 놀이"과정에서 가장 어렵다. CS의 출판 가이드 중에 표지(Cover) 부분이 참고가 될 수 있다.


제단의 오차로 인해 여백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는 짜투리 영역(Bleed)과 책의 두께(Spine Width), 인쇄영역(Trim)을 계산해야한다. 여기에 내지의 종류, 컬러 여부가 영향을 준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숨이 막힐 것 같다.
  • For black and white-interior books:
    • White paper: multiply page count by 0.002252” 
    • Cream paper: multiply page count by 0.0025” 
  • For color-interior books: 
    • Multiply page count by 0.002347”
  • Cover Width = Bleed + Back Cover Width + Spine Width + Front Cover Width + Bleed •
  • Cover Height = Bleed + Trim Height + Bleed
다행히, 이런 복잡한 계산을 해서 가이드 템플릿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https://www.createspace.com/Help/Book/Artwork.do 여기서 내지 종류(Bleed가 있는 양식 추천)와 트림 사이즈(나는 6 x 9 선택), 그리고 아까 책 등록하는 과정에서 CS가 안내해주는 책 내지 페이지 수, 내지 종류를 선택한 후, "Build Temple"을 누른다. 그리고, PDF와 PNG형태의 가이드 템플릿을 다운받을 수 있다.

이 가이드 템플릿의 왼쪽이 뒷표지이고, 오른쪽이 앞 표지이다. 하얀색 부분에 중요한 텍스트가 들어가도록 하고, 뒷표지의 바코드 부분은 피해서 편집한다. Layer 기능이 있는 그림 편집기를 사용하면 쉽게 맞출 수 있다. PDF로 변환해 업로드하면 이제 CS측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검토결과를 받기까지 3~4일 정도 소요되는데 문제가 없으면 최종본을 작가가 확인(Proof of Your book)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확인을 해주면 아마존을 포함한 다른 판매 채널로 배포가 시작된다. 동시에 CS에서 바로 책 주문이 가능하다.

책, 구매하기

보통 출판사를 통해 출판을 하게 되면 작가에게 무료로 몇 권을 나눠주지만, CS에서는 작가에게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 가격을 최저가격인 $9.83 으로 설정했는데 작가에게는 한 권에 $3.93에 제공된다.  10권을 가장 빠른 UPS로 배달시켰더니 배송비 $59.99를 포함해 $99.29가 들었다.

출판 놀이를 마무리하며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오면 배송비가 매우 저렴해질 테니 더 기대된다.  CS에서 직접 디자인한 표지를 만들고 업로드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다. 더 단순화하고 직관적이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 점은 아쉽다. 사진 앨범 만들 듯이 표지와 내지(글과 그림)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뚱땅뚱당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그런 서비스를 누가 만든다고 하면 네오플라이에서 투자 검토하고 싶다^^.  또, 국내는 서점마다 다른 형식의 파일을 취급해서 파일을 변환하고 재편집하고 업로드하는 일이 매우 번거롭단다. 이런 점도 개선되어야할 포인트이다.


삽화를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릴 수 있도록 몇 달전에 생일선물로 그래픽 태블렛(Wacom Intuos Pen & Touch)를 선물했는데 잘 한 것 같다. 삽화들이 맛깔스럽게 책의 내용을 살려주고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처럼 제본된 책을 받고 아이가 만족하는 표정을 보는 것 만으로 뿌듯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이름을 외워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내용에 공감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5년 2월 13일 금요일

애플페이(Apple Pay) 사용기와 결제수단 이야기

핀테크 열풍을 리딩하고 있는 애플페이를 사용해봤다. 국내에서 애플페이를 사용하려면, 다음이 필요하다.
  1. 미국 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debit card)
  2. 아이폰6

한국인이 미국 은행 카드 만들기

1번의 난관이 높다. 다행히도 나에겐 몇 년전 미국 출장갔다가 씨티은행에 들러 계좌를 만들면서 체크카드도 함께 만든 적이 있다. 후배의 권유였는데,  iTunes Music Store, 구글 월렛 등 미국 신용카드만 가능한 서비스들을 체험해보기 위해서였다. 여권들고 은행 창구에 들르면 만들 수 있다. 단, 시간은 좀 넉넉하게.  정식 플라스틱 카드는 주소지로 배송하고, 그때 까지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준다. 주소지는 미국내 지인의 집으로 해 놓고, 나중에 도착하면 사진찍어서 보내달라고 한다. 미국은 은행 계좌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수수료가 든다고 한다. 창구 직원이 친절하게도 "수수료 들지 않는 학생용 계좌가 있는데, 이걸로 만들어 드릴까요?" 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이폰 설정하기

다음은 아이폰6에 카드를 설정할 차례다. "설정 - 언어 및 지역"에서 지역만 미국으로 설정해주면 설정 페이지에서 "Passbook 및 Apple Pay" 메뉴 항목이 나타난다.



"Passbook 및 Apple Pay" 을 선택하고, "신용 카드 또는 직불 카드 추가"를 선택해 카드 정보를 입력한다. 카드 번호는 직접 입력하거나 카드 전면을 사진찍어 자동입력되도록 할 수  있다.  입력을 완료하면, Passport 앱에서도 카드가 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경우 해외에서 등록시도를 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애플페이 활성화(Apple Pay Activation)를 위해 미국 씨티은행으로 전화를 해서 요청을 해야 했다. 이것으로 애플페이를 사용할 준비가 끝난다.


애플페이 사용해보기

이제 애플페이를 가맹점에서 사용해볼 차례다. 애플페이는 마스타카드 Paypass, 비자 Paywave, 아멕스 ExpressPay 가맹점에서 사용가능하다.

  • 마스타카드 Paypass 가맹점 : 홈플러스, 스타벅스, GS25
  • 비자 Paywave 가맹점 : SK주유소, GS25, 탐앤탐스, 반디앤루니스

첫번째 스타벅스 사용기 @ 삼평동

스타벅스에서 36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 결제를 시도해보았다. 점원에게 카드 결제 상태를 요청한 후, 아이폰을 Paypass 로그가 붙어있는 리더기로 가져갔다. 내 경우는 스크린락에서 자동으로 패스포트가 뜨진 않았고, 패스포트를 실행한 상황에서 터치ID(지문인식)를 사용했다. 2~3초 안에 지문인식이 완료되고 결제가 끝났다.  ... 라고 예상하는 순간 "DCC 거래" 화면이 표시되었다.  직원도 모르고.. 뭐지?





외국인 자국 통화 서비스

외국인 자국 통화 서비스(Dynamic Currency Converion)인데 보통은 카드대금을 청구할 때 결제금액이 결정되는데, DCC는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바로 결제금액을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환율로 보자면 전자는 청구시점의 환율을, 후자는 결제 시점의 환율을 사용하게 된다. 편리한 만큼, 수수료라는 함정이 있어 해외에서 원화로 결제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해외에서 신용카드 원화 결제하면 '낭패'..최대 5% 수수료 부과, 현지통화로 결제해야

나는 [USD]를 선택해 달러로 결제했는데, [KRW]으로 결제하는 것이 환율과 수수료면에서 더 유리했을 것 같다.

두번째 스타벅스 사용기 @ 코엑스점

코엑스에 들를기회가 있어 스타벅스에 들러 사용을 시도해보았다.  제품을 주문하고, 점원에게 "마스터카드 패이패스로 결제할께요"라고 했더니 직원 왈, "코엑스와의 임대 계약 상의 이슈로 일반카드만 가능합니다"란다. 그러고 보니, 다른 스타벅스와 달리 일반 리더기(다른 코엑스몰 가게가 쓰는)가 하나 더 있다.  옆에 마스터카드 패이패스가 버젓이 표시되어 있는 리더기가 있는데도 사용할 수 없단다.   NFC 리더기 보급의 험난함을 보여주는 단상이다.

세번째 스타벅스 사용기 @ 서현동

가장 바람직한 경험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점원에게 "마스터카드 패이패스로 결제할께요"라고 얘기하니, 집중하는 얼굴로 점원이 POS 기계 화면을 몇 번 터치한다. 리더기의 화면이 바뀌기 때문에 준비가 되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이폰을 리더기 근처에 가져간다. 화면이 꺼진 대기화면인 상태에서 리더기 근처가 가져가는 것으로 화면이 들어오고 패스포트앱이 표시되면서 터치ID입력을 기다리게 된다.


여기서 지문인식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가면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된다. 이 가게는 DCC 화면이 뜨지 않고 바로 결제가 되었다.  정말 순식간이다!

내가 희망하는 결제수단

지문이라는 생체인식을 통해 보안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사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페이는 혁신적인 결제수단임에는 틀림없다. 애플페이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문제는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가맹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애플페이가 사용하는 NFC방식의 POS(결제 단말기)를 도입하고 있는 국내 가맹점은 5%에도 미치지 못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이 "지금 당장"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그네틱 방식의 LoopPay사 기술을 최신 갤럭시폰에 탑재하기로 한 것은 주효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맹점이 새 POS로 바꾸려고 하면 기존 POS를 무료 공급했던 VAN사의 계약이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마그네틱(MS) 결제 단말기 ‘공짜 약정’의 덫...가맹점 수천억 위약금 물 판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알리페이를 보급을 위해 했던 것 처럼 누군가가 전국 가맹점의 POS를 무상으로 바꿔주면서 동시에 VAN계약 위약금도 물어준다든가 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대략 4000억이면 된다. 알리바바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

NFC 방식으로 POS가 모두 바뀌더라도 기존 카드는 사용할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 연동을 통한 혁신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더 있다. 사용자 단말기의 파편화다. 대표적인 NFC방식의 간편결제인 후불식교통카드 PayOn의 경우,  Mifare라고 하는 NXP사의 고유 특허를 사용하는데, NXP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에서만 적용가능하다. 현재 널리 보급되어 있는 삼성 갤럭시 S4, 갤럭시 노트3,  구글 넥서스4,5 등이 NXP사 칩대신 Broadcom사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PayOn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제조사의 원가절감이 파편화를 만들었다. ...라기 보다는 PayOn이 애초에 표준 기술이 아닌 특정 회사 고유특허를 도입했을 때부터 문제의 불씨는 시작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IT 기간 자산 도입을 계획할 때 표준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모델별 내장 NFC칩 리스트

정리해보면
  1. 한국은 세계적으로 신용카드 보급율이 높고
  2. 전세계 누구보다 스와이핑(카드 긁기)이라는 간편하고 멋진 사용성에 익숙
  3. 애플페이, 한국의 교통카드가 스와이핑에 필적하는 사용성을 가졌으나 가맹점 부족
  4. NFC 등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
    * 대략 4000억 = 약2000억(전체 위약금) + 250만 가맹점 x 7만원(저가 POS)
  5. 관련 기관, 사업자, 단말기 사양이 파편화되어 있어 사용자가 소외되어 있는 시장
이런 한국에서의 결제수단 혁신은 달라야하지 않을까?
  1.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보안적으로 안전하고,
  2. 스와이핑에 필적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사용성을 가지고 있고
  3. 기업가 정신으로 모험과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고유한 가치를 제공하고,
  4. 특정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아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결제수단!
나는 그런 결제수단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참고자료